통발로 낙지를 잡을때는 미끼로 게를 쓴다. 흔히 칠게 또는 서리게라고 부르는 작은 놈을 쓰는데 철이 철이다보니 국산게가 잘 안나와 중국산도 겨우 구해다 쓰고 있다. 미끼양이 부족하다보니 아침에 나가 오후 두시면 일을 마치는 날이 많은데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조카가 마지막 그물을 던지는 동안 배 앞머리 물통에 놓아둔 낙지를 바닷물을 길어 씻고 있는데 뒤에서 억하는 소리와 함께 풍덩 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보니 조카는 바다에 빠져있었다.
그물을 던지면서 배는 앞으로 전진 하는데 던진 그물에 손이 끌려 바다로 빠진 것이다. 타를 잡고 있던 매형은 웃으면서 천천히 배를 돌렸다. 대나무 걸대를 내어 조카를 끌어 올리려니까 매형이 말한다.
"냅둬라. 지 혼자 올라오게."
겨울바다에 맨몸으로 빠졌던 조카는 뱃전을 잡고 힘겹게 올라오며 말한다.
"오늘 읍내에 고기 먹으러 갑시다."
하지만 고기는 못먹고 내다 팔려던 낙지중에서 두마리를 꺼내어 회를 쳐 먹는 것으로 오늘은 마무리.
그리고 나는 막힌 화장실 변기를 어떻게 뚫어야 할지 고민중이다.
둘째조카가 내려왔다. 인테리어 일을 하는 조카는 스티로폴폼이며 석고보드같은 것들을 트럭에 잔뜩 싣고 내려왔다. 보일러도 시원찮은데다 웃풍이 만만찮은 방에 단열작업을 하겠다고 내려온 것이다. 누나부부가 뱃일 나간 사이에 조카와 나는 안방의 가구를 들어내고 벽에 각목으로 틀을 친다음 안에 스티로폼을 채워 넣는다. 그리고 그 위에는 단열 시트를 붙이고 석고보드를 붙여 마무리 한다. 이런 일에는 도통 재주가 없는터라 조카의 잔심부름만 하는정도다. 한창 벽을 두르던 중에 문제는 에어컨이 있는 벽에서 발생했다. 에어컨과 실외기를 연결하는 파이프가 지나가는 곳을 어찌 처리할까 하다가 일단은 에어컨을 바닥에 내려두기로 했다. 헌데 에어컨을 들었다 놨다 하는 사이에 실외기와 연결하는 동파이프가 접혔다 펴졌다를 반복하다 깨진것. 냉매가스가 새어 나오는 소리에 조카와 나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실리콘 쏴서 막아볼까?"
"그래갖고 되것소?"
"안되겠지?"
"이래서 에어컨은 기사를 불러야 한다니까."
하지만 엎질러진 물이라 일단은 무시하고 계속 작업을 하는데 조카가 묻는다.
"근데 에어컨 가스는 몸에 해로운거 아닌가?"
"좋지는 않겠지."
"뭐, 담배도 피우는데."
조카가 잠시후에 말한다.
"엄마한테 자재값 받기 전까지는 에어컨 얘기 하지마소."
그렇게 두 바보는 에어컨 이야기는 여름이 올때까지 안하기로 했다.
누나네 집에 내려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의 일이다.
누나와 매형이 회진의 집 (원래 집이 장흥 회진이고 해남의 집은 뱃일 때문에 해남으로 오면서 구한집이다.)에 가고 나혼자 무한도전과 맥두 큐팩 한병으로 주말밤을 보내고 있을때였다. 밖에서 누구 없냐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았더니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50대 남자가 있었다. 매형을 형님이라 부르며 없냐고 묻길래 회진 가셨다 했더니 잠깐 들어가도 되겠냐고 한다. 서울과는 다르게 동네 누구네집에 숟가락이 몇갠지도 아는 동네에서는 다른이 집에 불쑥 기어들어오는 비매너도 생활의 일부겠거니 하고 그러시라고 했다. 남자는 내가 마시던 맥주병를 보더니 자기도 한잔 달라그런다. 이미 술이 제법 취해 보여서 그냥 쫓아 낼까 싶었지만 누구네 처남이란 놈에게 맥주 한잔 달라했는데 그것도 안주고 야박하게 쫓아내더라 동네 소문 날까 싶어 한잔 따라주었다.그랬더니 그대로 퍼질러앉아 남자는 서너시간을 술주정을 했다. 혼자서 울다가 웃다가, 예전에 잘나가던 시절 자랑을 해대었지만 전남 사투리란게 오리지날 네이티브 스피커들의 발음은 도통 알아먹기 힘들어 뭔소린지도 모르고 그냥 고개만 끄덕이다가 말과 말사이에 '이제 그만 댁에 가시지요.'라고 추임새를 넣으며 적당히 쫒아보내려 했다.
자정이 다될 무렵까지도 안나가고 '소주한잔만 더달라'고 지랄 하는 '전직 해남 조직폭력배 김**씨'의 이마를 재떨이로 날려버리고 싶은 유혹을 간신히 참아내고 형님형님 부르며 집까지 모셔다 드리겠다고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집은 생각보다 멀지 않아서 금새 집안에 데려다 놓고 얼른 나오려는데 앉아서 술한잔 더하자고 잡는다.
방안을 둘러보니 가족사진도 있고 장성한 자식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있다. 대충 뿌리치고 집을 나서 마당을 나설때쯤에 집안에서 비명이라기 보다는 울부짖음에 가까운 소리가 들렸다.
혹시 뭔일이라도 났나 싶어 다시 들어가 볼까 했지만 사람은 술취하면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짓을 얼마든지 하고맨정신으로 되돌아 보면 그건 대부분 별것 아닌 개지랄일 경우가 더 많다는 인생의 경험을 교훈 삼아 그냥 집으로 갔다. 그리고는 잠자리에 들며 혹시나 그인간이 집에서 자살이라도 하면 어떡 하나 하는 걱정을 했지만 그 걱정은 그저 기우였다.
'전직 해남 조직폭력배 김**씨'는 이후로도 가끔씩 술에 취해 동네를 떠돌며 술을 구걸했고 (물론 그날 이후로는 나는 문도 안열어주었다.) 문전박대 당하면 골목을 휘저으며 괴성을 질러댔다.
'씨발, 나 김 **이야! 내가 죽은 사람이여?!! 나 아직 안죽었어!'라고 외치는 소릴 들을 때 마다 그 문장의 '아직 안'을 떼어주고 싶었지만 사체유기나 증거조작 기술같은건 배워본적도 없고 자신도 없는 터라 그냥 참고 지냈다.
뱃일을 나가기 위해 매형의 차로 부둣가로 나가는 길에는 김**의 집이 있다. 하루는 그 앞을 지나는데 누나가 김 **의 집을 흘끔 보더니 '** 저거는 요즘도 술먹고 개지랄 떠나 몰라.'라고 하기에 며칠전 일을 얘기해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누나는 혀를 끌끌 차더니 '마누라 살아 있을 때는 고기도 잘 잡고 일도 잘하던 인간이 혼자되고 나니까 동네 개보다도 못쓰게 생겼어.'라고 한다.
보일러가 고장나 수리기사를 불렀더니 집을 못찾길래 일단 집 가까운 마을회관까지 오면 데리러 나가겠다고 했다. 몇번의 전화 통화 끝에 수리기사가 마을회관에 왔음을 알리는 전화를 받고 회관쪽으로 나갔더니 수리기사의 차로 보이는 트럭옆에서 한 남자가 소리를 지르고 있다. '김**'이다. 나를 본 수리기사는 서둘러 차를 몰고 집쪽으로 내려 온다. 내가 손으로 집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며 길을 설명 하려 하자 기사는 '얼른 타시죠'라며 재촉 한다. 차에 타서 기사와 보조기사로 보이는 청년 얼굴을 보니 어이 없는 일을 당할때 흔히 짓는 종류의 웃음을 짓고 있다. 한마디 말 안해도 알수 있다. 수리기사들이 보일러를 수리 하는 동안 마당이 또 소란스럽다. 역시나 '김 **'이다.
자길 무시했다며 한판 붙어보자고 난리지만 그랬다가는 애꿎은 보일러 기사들을 과실치사범으로 만들것 같아 내가 '김 **'의 멱살을 붙잡고 골목까지 끌고 나갔다. 밝은 대낮에는 처음보는 얼굴이다. 이미 술이 찰랑찰랑 차오른 눈동자는 퇴색되어 있고 촛점도 풀려있다. 못생겼다는 소릴 들을만한 얼굴은 아니지만 알콜중독자들의 얼굴이 대부분 그렇듯 어딘가 무너져 있다. 정면으로 들여다보기 무서운 얼굴이다. 그가 무서운 사람이라 그런게 아니라 내가 저런 사람이 될까봐 두려워 질때의 그 무서움 말이다. 외로움은 치명적인 독이다.
하도 포스팅이 없어서 이런 뻘글로라도 생존신고를...
(방문객도 없지만)
(공부의 신 안하는 날에는 일찍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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